내가 철이 들고부터 20여년 가깝게 언론과 선거에서 하나의 이념처럼 되어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구호가 있다.

'경제를 살립시다.'

90년대 중반에는 일밤에 경제를 살립시다라는 코미디코너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내가 철든 후로  20여년 가까이  우리 경제는 무지 어려웠고 한번도 살아난 적이 없었다는 소리다.
오죽하면 비리와 범죄의 의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선후보가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데 그만한 이가 또 누가 있는가라는 신념으로 부동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을까.

하지만 IMF 위기로 된통 당한 경험 빼고는 경제지표들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 자부심의 코리아지만 내부적으로는 한번도 경제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아이러니 속에서 살아온 셈이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번은 이런 생각조차 한적이 있다.
우린 그냥 세계경제 흐름 속에서 발전될 만큼씩 꾸준히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통해 겪은 극강의 빈곤의 기억과 지기 싫어하는 민족성이 늘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에 대해 열등감을 부추키고 그 열등감을 무기로 정치세력은 구호로 이용하고 경제기득권세력은 희생을 강요해오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그럼 의문이 풀리긴 한다. 선진국에 비해 우린 늘 경제가 안좋왔던 것도 맞고, 안좋았던 바로 전 과거에 비해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꾸준히 발전을 한 것도 맞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
우리 경제는 늘 어려웠고 위기였는데...해결책은 무엇이었는가?
먼저 역대 대통령중 경제분야에서 진보세력조차 인정을 하는 박정희 시대를 보자.
사실 박정희는 이 논의에서 열외의 대상이라고 본다.

그는 바로 그 극강의 빈곤과 열등감을 몸으로 느끼며 산 시대를 통치해왔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사명감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딴 생각안하고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점 그 점만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에 대한 솔루션은 별로 어려울 게 없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선 머리 꾀나 써야 하지만 땡전 한푼 없는 거지가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것부터 열심히 하면 된다.
그 때에는 당장 해야할 것들이 뻔히 보인다.  그리고 당시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질서에서 소위 '비약적' 발전을 할 수 있었을 위치에 있었다. 50년대 남미나 80-90년대 동남아, 현재의 중국처럼 60-70년대 저임금, 낮은 화폐가치를 무기로 폭발적 성장을 하는 그 멤버였다.
또한 초기의 집약적 자본이 필요했을 때 베트남에서 전쟁이 있어줬고 국내 산업을 일으키려 할 때 세계는 보호무역에 관대했으며, 우리가 중공업을 육성시킬 때는 유럽에서 중공업이 몰락하던 시점이었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국가, 즉 경쟁국가가 거의 전무했다.
한강의 기적은 분명 지도자의 영도력과 국민의 근면성, 기업가의 역동성 위에 이뤄진 것일 터이지만...
뭐라도 안하면 다 굶어죽을 지정학적 처지와 절묘한 세계경제질서의 타이밍도 배경의 반은 되고도 남지 않을까?
그래서 박정희는 일단 제외하자.

그 이후 시대의 솔루션은 무엇이었나?
박정희 시대처럼 개발독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나마 좋았던 전두환 시대의 삼고 혜택은 꿈도 못꾼다. 진정한 솔루션은 이제부터 필요한 것 아닌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논쟁만 있었을 뿐이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경제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뭔가 제대로 된, 납득할만한 무엇이 있었나? 오로지 정치 헤게모니와 선거에 종속되어 이리저리 재단되고 흐리멍텅해졌으며...
결국 솔루션이라고 내놓은 건 딱 하나다. 바로 그 슬로건
'경제를 살립시다.'

그 큰 댓가가 외환위기와 IMF였다.
분명 당시 우리의 경제적 위치는 외환위기를 당할 위치에 잊지 않았다.
그린스펀조차 말하지 않던가...한국이 IMF를 겪을 지 몰랐다고...
당시 외환위기의 타겟은 동남아국가였다. 당시 동남아는 80년대 급속한 외자유치와 개발로 인한 거품이 90년대 끼기 시작할 무렵 중국이라는 거대 개발 경쟁국가의 출현으로 환율이 요동치자 국제투기세력이 공격을 당하느라 IMF를 맞았다.
아마 우리의 펀다맨탈은 동남아와 달리 안전하다며 위기를 방치한 정부관료들의 생각이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와 비슷한 대만도 피해간 IMF의 불똥을 맞고 말았다니...
맨날 경제를 살리자며 고민한 성과는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냥 국제 흐름에 맡겨 떠왔을 뿐.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만 억울하게 이용당한 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나도 안변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중국펀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경제에 대해 편집증 환자처럼 논란을 벌이고 걱정이 많지만 정작 경제를 잘 알지도 못하고 솔루션에 대한 거시적 시각은 더더욱 문외안인 듯하다.

IMF를 겪고 김대중 정부는 뒷수습하느라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IT와 벤처거품 일으킨 게 성장동력의 하나가 되긴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뭔가 솔루션을 내놓고 싶었다. 하지만 진단은 늘 좌파정책이니 수구보수니 퍼주기니 하는 따위의 전세계에서 우리 밖에 하지 않아보이는 접근법인 정파와 이데올로기의 난도질로 얼룩졌고...결국 해답은 미국유학파 관료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한미FTA
그리고 관료들의 실적주의와 대통령의 조급함을 무기로 일사천리 진행이 되버린다.
그런데...뭔가 진단이 흐리멍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제조업은 중국이 먹을 것이니 우린 미국의 서비스업을 배워오자고 시작한 FTA는 쇄국이냐 개방이냐는 얼토당토 않는 논쟁으로 그 필요성의 고민을 소모해버리고 결론은 배워올 서비스업에 대한 건 하나도 따내지 못하고, 정 중국이 관세에서 불리하면 미국과 맺어버리면 그만인 얼마 되지도 않는 관세혜택에 흥분하고...우리가 굳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엄청난 비용을 미국에 물게 생겼으니...

회심의 솔루션이라는 한미FTA는 체결되었는데 (비준이 남았지만)
여전히 경제는 어렵고, 전망이 불투명하다.

요지부동의 이명박 지지율에서 나타나듯 지금 이 시점의 절박함은 최고조에 오른  듯 싶다.
과거에는 그냥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박탈감이었다면...
이제는 확실히 구조적 늪에 빠져 있는 걸 실감하는 형국이다. 당장 투자도 시원찮아서 일자리도 없고 우하고 몰리는 트랜드도 없다. 과거와 달리 국제경제에서 우리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거대한 공룡 중국이 두눈을 부릅뜨고 옆에서 씩씩 거린다.
하지만 그 솔루션들은 아직도 그 모호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운하,규제완화, 따뜻한 시장경제, 일자리 X만개 창출...
했던 말 또하고
말은 되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고
말만 그럴듯한 미봉책 같기도 하고

근거는 좌파적 접근의 폐해 혹은 극단적 신자유주의 극복...
아직도 이데올로기다.

IMF 10주년을 맞아 신문마다 분석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근원적인 분석과 그럴듯한 솔루션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냥...
걱정이다. 누구는 반성해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 좌파가 문제다. 신자유주의가 문제다.
하긴 그 나물들이 지난 십수년간 해온 일인데 그 밥일 수 밖에

죄다 인상주의적 비판을 일삼고
또한 모두가 인상주의적 기대를 품고 산다.


그나마 좀 신선해 보이는 장하준 교수의 비판을 들어보자.
그의 솔루션은 간단하다.
기업은 과거처럼 경영권을 보호해주고 적대적 M&A같은 일부 제도를 후퇴시키고 후진국을 도와줘서 시장을 넓히자.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에도...기업 개혁에도...좌파에도...신자유주의에도 죄다 걸리는 무국적의 솔루션이다. 만약 누가 진짜 저렇게 한다면 또 말들 많아 질 듯 보인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성장 문제에 대한 비교적 납득할만한 솔류션의 하나처럼 보인다.
최소한 경제 그 자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한 건 이런 접근이 아닐까?
어느 면에선 좌파스럽기도 하고 어느 면에선 신자유주의적이기도 하고,때론 듣보잡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현실 환경과 체질에 맞는 솔루션.
들어봐서 디테일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납득이 될만한 그런 것...

지금 이대로라면
기업들이 '코드'가 맞아서 얼마나 돈을 풀고 발벗고 뛸 지는 모르겠지만
1930년대식 토목공사 부양정책과 경제거품의 핵심인 부동산을 들썩일 게 불보듯 뻔해 보이는
이명박에게 솔류션을 의지해야 하는데...

과연 그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롤모델로 진정한 구원투구가 될 수 있을 지...
아니면 또 다음 선거에서
'경제를 살립시다'란 또 구호만 휑하게 남을 지...
경제란 우리모두의 이익이 아니라 어느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굴러가기 때문에, 자본이야 구호와 계획보다 돈이 될만한 곳으로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혹시 정답이 없는 건 아닐까?
그냥 실물로든 구호로든 우리의 조바심을 저당잡히는 그런 게 아닐까?

이래저래 경제라는 관념의 리바이어던에 볼모로 잡혀 옴짝달싹을 못하는 우리들의 인생이 한없이 서글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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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등산 2007/12/01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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