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이란에서 대장금 시청률이 90%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90%라는 숫자가 주는 비정상적인 느낌이 혹 조작된 통계치를 인용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중화권과 동남아에서 반응이 좋았다는 뉴스는 접했는데...이건 뭔가 싶어 대장금 뉴스들을 주욱 검색해보니...그냥 한류 상품의 하나 정도여서는 분명 아닌 포쓰가 느껴졌다.
하지만...
난 대장금을 아직 못봤다.
불현듯 치솟아 오르는 궁금증과 호기심...

내가 대장금을 안 본 이유는 이러했다.
예전에 허준이 너무 재밌었다. 하지만 늘어질 대로 늘어지는 사극의 그 긴 호흡의 지루함도 고역이었던 기억도 있고 ...의녀의 성공스토리라니...허준2 란 말인가 싶기도 하고 뭐 반은 수랏간의 요리얘기라긴 하지만...이미 수많은 요리만화들에서 땀 삐질흘리며 '아니 이맛은!!!' 따위의 오버드라마에 익숙해질데로 익숙해졌는데 뭐가 새로울까 싶었다.
경이적인 시청률을 지켜보며 허준의 재탕이라도 재밌는갑지 혹은 요리드라마라 그렇게 신선한가 정도의 관심 밖에는 없었다.

어쨌든 해외에서의 이 이상반응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사명감에 살짝 몇회만 맛을 보자는 심산으로 시청을 시작했는데......그만......앉은 자리에서 54회를 다 털고 말았다.
내 예상을 처절히 빗나간 드라마성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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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장님도 DVD 잘 보고 계시려나...

좀 패악스럽게 보자면, 분명...
54회를 채우려다보니 늘어지고 불필요한 호흡도 간간히 껴있었고
그 호흡의 에피소드는 지독히 식상했고
때로는 대책없이 벌여놓고 우연성으로 뻔뻔히 봉합해버리기도 하고
이병훈 피디 특유의 캐릭터 배치가 허준과 데자뷰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스케줄과의 전쟁이 눈에 보이는 날림 촬영도 심심찮게 튀어나왔다.
하지만,
90%의 시청률이 거대한 진정성으로 확 밀여올만한 드라마였다.
특히나 54회를 걸쳐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긴장감과 서스팬스라니...

일단 구조자체는 몰입하기 딱 좋은 전형적 입지전 스토리이다. 이런 스토리는 초반 베이스를 어떻게 잡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시도때도 없이 교과서를 읽어대는 아역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통속성으로 무장한 어린시절 에피소드는 숨겨진 신분, 찾아야 하는 비기, 이뤄내야하는 목표라는 관습적 신화의 삼위일체를 완벽히 구현해내고 있다.
이 신화성은 드라마의 전개와는 별도로 최상의 몰입감을 유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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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돌무덤을 만듦으로서 신화성의 완성을 이루는 명장면

다음은 강백호 스타일의 주인공 캐릭터이다.
언뜻보면 천재적 슈퍼파워를 지닌 듯 보이지만 사실 장금이가 가진 슈퍼파워는 호기심과 암기력 뿐이다. . 나머지 이타적 목표의식, 판단력들은 초반에 제공된 절묘한 신화성과 각 도약단계에 나타나는 그럴듯한 사부들이 끊임없이 부여해준다.
이 정도는 누구나 감정이입을 할 여지를 주는 <강백호의 점프력>의 역할을 한다.
심지어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장금익 척척 해내는 말도 안되는 설정에서도 이입이 가능할 지경이다.

하지만 이 두 베이스가 아무리 좋아도 조예선, 16강, 8강, 4강 식의 점층적 성취만 반복해서 보여주기만 하면 어느 순간에 한계효용에 부닥쳐 지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대장금의 다음 장점은 장르적 변주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이병훈 피디 특유의 연속적 위기나열 기법과 연결되어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기본 성장복수극 위에 CSI식 수사극과 요리 겨루기 토너먼트극이 전반부를 차지한다면 한상궁의 죽음으로 2차 성장복수극의 에너지를 충원하고는 하얀거탑식 의료정치극과 헐리우드 스릴러물로 후반부를 채우고는 마지막에 애절한 로맨스로 마무리를 해준다.
보통 장르를 복합하는 영화와 달리 50시간이라는 드라마호흡을 무기로 장르 도매상을 해버린 것이다. 이 풀코스식 드라마 호흡에 중독되고나면 혹시나 있을 식상함마저도 깨끗이 정화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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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모였으니 김전일을 불러들이거라 없으면 코난이라도...

다음은 주제의식의 균형감이다.
악역들에게도 충분히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인간한계의 당위를 부여하는 현실성이 깔려있다.
또한, 막연히 주인공의 선함을 드리밀지 않고 과연 이것을 보는 너라면? 너라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악인들은 도덕적 판단을 한다기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 판단을 하고 있음을 은연 중 주지시킨다. 이 노력들은 분명 뚜렷한 선악대립극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회극을 보는 듯한 착시현상을 유지시킨다.
욕망의 제로섬 게임 속으로 운명적으로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비극
셰익스피어 비극...부럽지 않다고 해둬도 꿀리지 않는다. 아님 말고
마치 도덕성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되지 못한다는 이번 대선에서 보여지는 대중의 절박함 같은...그런 데자뷰를 악역들에게서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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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궁의 로즈버드...카타르시스는 심판이 아니라 연민에서 비롯되리

분명 드라마의 전체적 방향성은 판타지다. 내 인생이 이러했으면...내 주변 친구가 이러했으면, 내 스승이 이러했으면, 내 사랑이 이러했으면, 내 적이 엄청 강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기를...의 판타지를 완벽히 이루는 말그대로 판타지 드라마다.
하지만 이 유사균형감이 주는 착시현상이 주제의식에 대한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게 하고 더군다나 리얼리즘조차 느끼게 한다.
극강의 비극성 속에서 살짝 판타지로 마무리를 해나가는 전개,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동시에 잡는...비결이었다.
글쎄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낯선 변방국가의 궁중음식 퍼레이드보다 바로 이 지점이 해외에서 먹혔을 주요 지점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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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과 이슬람권 크리스교권을 동시에 만족시킨 트리플 크라운!

참으로 영악한 드라마가 아닐 수 없었다.
결과론적으로 한류의 선봉이 되어왔기에 요즘 시도하는 고퀄러티의 투자가 좀 아쉽긴 하다.

어떠하든 조선은 중국문화의 영향 속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중국의 대장금 분석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감동도 이런 내 느낌과 비슷할 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드라마를 다 본 직후에는 무슨 논문이라도 쓸 것같은 에너지였는데 쓰다보니 귀찮고...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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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글 2007/11/29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깔끔한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90프로에 희안해서 대장금을 보기시작했는데,
    재밌군요. 요즘 대장금에 대한 글들을 찾아보는 게 재미랍니다.
    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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