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다이애나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죽자 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함으로 인해 온갖 음모론이 들끓었다.

그녀가 영국왕가와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온 건 그렇다치고 하필이면 이슬람계인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의 아들과 재혼을 앞두고 있었으니 작게는 전통을 빙자해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하는 왕가에 대적하는 순수한 서민적 영혼에서부터 해묵은 문명권 충돌의 희생양이자 거대 기득권 세력에 대항하는 잔다르크적 순교자 이미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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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음모론을 파고들면 CIA, 프리메이슨, 템플기사단, 군산복합체...안걸리는 게 없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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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간에 뉴스릴로 삽입되는 저 장면...
버킹검 궁 앞에 놓인 저 꽃들은 그녀에 대한 추모가 단순히 소박맞고 비명횡사함에 대한 측은함을 멀찌기 뛰어넘는 ,소름돋는 '사건'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쯤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시작하면, '사건'의 심각성을 모르고 오로지 자신들의 체면과 기득권에만 집착해서 본질을 외면하는 여왕과 그 일가가 과연 뭐라고 자신들을 변호할 지 눈을 부릅뜨게 된다.

마초적 정치 헤메모니 다툼과 멜랑꼴리한 왕실 치정극이 절묘하게 융합된 이 흥행만점의 이야기에 속에서 그런 그들의 오만함을 일깨워줄 우리의 주인공은 바로 젊고 패기넘치는 노동당 출신의 갓 부임한 신임총리 존 메이저이다.
말년에 부시 때문에 맛이 좀 갔지만 처음 취임했을 때만 해도 케네디 부럽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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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의 긴장감을 느끼려면 직접 영화를 볼 수 밖에


영화 초반을 장식하는 젊은 열혈 총리와 늙고 완고한 여왕과의 흥미진진한 기싸움은 그러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한쪽이 분명 다칠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으로 잔뜩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 결국에는 기득권이 어떻게 아름다운 타협점을 찾는 지로 흘러간다.
마치 모 아니면 도식의 혁명을 겪지 않은 영국식 진보가 이런 것이다라고 웅변하는 듯 하기도 하다.  
기득권은 나뉘어 싸워도 결국 같은 기득권일 수 밖에 없다.
대중은 심판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좀 고루한 사회학적 표현을 하자면 그들은 역할 바꾸기를 했을 뿐이다.
시니컬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사실 영화를 보면서 설득당할 수 밖에 없다. 그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힘이다. 이왕 설득당할 거면 이렇게 우아하게 당하는 것도 기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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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흠다운 잉글리쉬 대타협


결론만 놓고 본다면 어차피 현실적으로 영국 왕실을 몰아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들끓는 대중의 냉소를 무시할 수도 없고 영화는 끝내야겠으니 지극히 현실주의적인 영국식 사고방식으로 대타협을 그릴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다이애나는?
그녀는 외롭지 않다. 음모론자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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